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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나를 찾아서 -

- 발행일 / 1999년 10월 1일 통권 / 제5호 -

1999년
1호
2호
5호

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어스름입니다. 야근을 마친 한 무리의 회사원들이 을씨년스런 표정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있었습니다. 포장마차 앞을 지나는데 건장하고 뚱뚱해 보이는 8번 남자가 우울한 분위기를 떨치려는 듯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.

"우와! 포장마차다. 자! 우리 여기서 한잔하고 갑시다!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, 이렇게 낙이 없어서야, 원! 자! 이리 와요, 내가 살게!"

2번인 이 대리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습니다. "아, 역시 우리 과장님이 저의 마음을 제일 잘 헤아려 주십니다. 이렇게 우중충한 날씨엔 그저 이거 한잔이 넘어가야 짜르르르 죽이지요∼. 자, 이리들 오십시오! 과장님 성의를 봐서라도 들어가야지요." 그는 함께 가던 모든 사람들을 붙들어 끌고 들어 갔습니다.

"이런 날씨엔 음식이 잘 상할텐데...... 아줌마! 난 우동 국물 펄펄 끓여서 국수나 하나 말아 주세요." 호리호리한 6번인 남자가 추위를 타는지 연신 양복 깃을 여미며 말했습니다.

"알코올은 날씨랑 상관 없어요. 뭐니뭐니 해도 그저 알코올이 들어가야 기분이 좋아지고 분위기도 살지요. 안 그래요? 자, 여기도 한잔 받으시고, 앗! 조심 조심! 피 같은 술이 흘러요. 어허허허.... 좋아요, 좋아요. 우리 미스 김도 한잔 받고, 예, 좋습니다. 모두 건배 합시다, 건배" 주위 사람들에게 술을 따르며 7번이 말했습니다.

"이런 날씨엔 따뜻하고 은은한 벽난로 불빛을 바라보며 붉은 포도주를 마셔야 제격인데...." 소주 한모금을 입에 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4번 아가씨가 말했습니다.

아줌마, 여기도 분리 수거 하지요? 꼭 하셔야 합니다. 음식 쓰레기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니에요. 요즘 사람들, 음식이든 물이든 함부로 버려서 큰일이에요. 옛날에 우리 할머니는 말이죠, 우리가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 가잖아요? 그러면 살아생전에 버린 물을 다 마시라고 한다는 거예요. 생각해 보세요. 그 물을 다 마시면 어떻게 되나." 양미간을 찌푸리며 1번이 말했습니다.

"그나 저나 내일 야근해야죠? 아휴, 정말, 우리 부서는 능력있는 사람들만 모인 것 같애요. 그 바람에 저도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 개발한 것 있죠! 다른 부서 사람들이 놀래더라구요. 우리 부서가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것을 사장님도 아시고 계시겠지요?" 제일 비싼 안주를 꼭 집은 3번 아가씨가 눈을 빛내며 말했습니다.

"알아도 그만이구, 몰라도 그만이지요, 뭐. 그렇다고 월급이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닐텐데..... 요즘 같은 임프 (IMF)엔 그저 주야를 가리지 않고 시키는대로 하는 게 장땡이야요. 아줌마. 난 여기 국수 하나, 오뎅 하나 더 줘요. 그저 배 부르고 등 따시면 장땡이야요."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며 9번이 말했습니다.

"저.... 전, 먼저 일어나겠습니다. 계속 야근을 하니까 굉장히 피곤해서.... 오늘은 좀 혼자서 푹 쉬어야 될 것 같네요. 천천히들 드시다 가십싱오. 그럼....." 구석에 앉아 있던 5번인 오 대리가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습니다.

밖은 어느새 비가 멎고 밤이 되었습니다. 오고 가는 자동차의 불빛 속에, 총총하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각자 저마다의 생각에 족한 얼굴들이 오 대리의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 옵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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